역경을 헤쳐나가며 단 하나의 진실된 사랑을 찾아 마침내 행복하고 달콤한 인생을 이루게되는 뻔하디 뻔한 로맨스 영화나 드라마들은 언제나 우리 인간들에게 인기있는 장르중 하나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흥행에 성공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살펴보면 남편이나 아내의 외도, 그로인한 복잡한 관계에서 오는 짜릿한 스토리도 늘 인기있는 소재다.
이렇듯, 우리 인간들은 단 하나의 진실된 사랑을 찾아 눈부시게 아름다운 결혼을 하고 안정적이며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것을 원하면서도 주말에는 어김없이 TV앞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복잡한 이야기의 막장드라마를 통해 배우들의 정서를 대리적으로 경험하며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우리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죽을때까지 일부일처제를 받아들이도록 사회적으로 강요받는다.
하지만 사실 인간은 일부일처제를 지키는 솜씨가 너무나도 형편없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사랑과 일부일처제를 동일시 한다.
객관적으로 보았을때 사랑은 인간이 느끼는 감정중 하나이며 일부일처제는 그저 사회적으로 규정해놓은 제도에 불과하다.
이것을 잘 말해주기라도 하는듯, JTBC의 인기 드라마 '부부의 세계'의 남자 주인공인 '태오(박해준)'는 그의 절친인 '명숙'에게 자신의 아내인 '선우'와 내연녀인 '다경' 두사람 모두를 진실되게 사랑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어쩌면 철없는 바람둥이의 한심한 변명처럼 느껴지는 이 짧은 대사에서 그가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 그러면서도 일부일처제를 지키고 싶어하는 한 남자의 욕심을 보며 우리는 인간들이 일부일처제를 지키는데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살짝 엿볼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태오'의 철없고 이중적인 행동들이 합리화 되는것은 아니다.
태오의 생일 파티에서, 남자들끼리 저질스러운 대화를 나누며 남성의 외도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기도 하고, 나름 지성인이라고 불리우는 지역사회에서 존경을받는 유명인사들 조차 이러한 발언들을 성적인 농담으로 받아치는 등, 평화로운 금요일 저녁, 화장실 청소를 막 끝내고 소파에 누워 아내와 함께 '부부의 세계'를 감상하던 우리의 착한 남편들이 아무 이유없이 아내에게 등짝스매싱을 당하는 것이 이해가 될 만큼 철없고 가부장적이며 도덕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급이 낮은 남자들이 이 드라마에는 잔뜩 등장한다.
시대가 어느시대인데 이런 성차별적인 발언과 거의 폭력에 가까운 말들을 남자들이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것에 경악을 하다가도, 이에 질세라 여성들의 대사도 만만치않다.
선우의 환자로 등장하는 중년여성의 '섹스 = 배설' 이라는 명언과 함께, 아들의 외도를 알고도 용서하고 품어주고 없던일로 하라고 말하는 시어머니, 태오의 외도를 알고있으면서도 모르는체 뻔뻔하게 행동하던 주변인들, 부족함 없는 환경에서 자라나 금수저에 미모까지 뛰어나지만 연애상대로 유부남 태오를 선택한 여다경까지.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들이 마치 인류가 현대사회에서 편의를 위해 선택한 제도인 일부일처제의 문제점에 대해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던져주는것만 같다.
누군가는 "우리 인간은 지성인이며 일부일처제는 지성인이기 위해서 당연한 제도!" 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구의 먹이사슬의 최상위층 고등생물에 속하는 우리 인간들은 지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일부일처제를 지키지 못하는 한낱 포유류의 나약한 모습을 반박할 여지없이 현실의 통계를 통해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미국에서는 220만쌍의 커플들이 영원을 약속하며 결혼하고, 그와 동시에 80만쌍의 커플들이 이혼도장을 찍었다.
한국의 경우 통계청 공식자료 기준 2018년도에 약 25만 7천쌍의 커플들이 결혼하였고, 같은해 10만 8천쌍의 커플들이 이혼을 했다.
상식적으로 일부일처제가 효율적이라고 보기에는 혼인건수 대비 정말 너무나도 높은 이혼률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일부일처제가 일종의 채식주의와 같은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은 건강하고 윤리적이며 훌륭한 결정일 수 있지만, 만약 당신이 채식주의자 라고 해서 삼겹살 굽는 냄새가 좋지않게 느껴지지는 않을것이다.
하지만 채식주의자의 경우, 채식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이후에는 몸에 큰 이상이 있지 않는 한 왠만하면 굳건하게 죽을때까지 채식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글을 본 채식주의자가 나에게 어디 감히 일부일처제 따위에 채식주의자의 신념을 비유하냐고 화를내도 필자는 달리 할말이 없을것 같다.
이러나 저러나 저번화(6화)에서는 이혼합의를 해내고 평화롭게 잘 살아가고 있는 선우에게 접근금지가 풀린 태오의 청첩장을 받게되는 지리고 오지는 명장면으로 드라마가 마무리 되었는데, 필자는 이만 포스팅을 마무리하고 치킨과 맥주를 준비해 JTBC의 명작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경건하게 시청할 준비를 해야겠다.
오늘 부부의 세계 7화는 역대급 꿀잼일듯 하니, 본방사수할 준비를 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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